3. 덴푸라(天ぷら)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조리법으로, 고온의 기름을 사용해 식재료의 수분을 날리고 기름을 흡수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풍미가 강화되고 영양 손실도 적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튀김 요리의 기원으로는 주로 중국과 포르투갈이 꼽힌다.
중국은 수질이 좋지 않고 내륙 기후가 건조해 오래전부터 튀김 요리가 발달했으며, 특히 송나라 시기 선종 사찰 요리를 통해 기름 요리가 일본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가마쿠라~무로마치 시대 절을 중심으로 ‘채소튀김’이 생겨났지만, 당시에는 값비싼 참기름 외엔 튀김용 기름이 보급되지 않아 상류층만 즐기던 음식이었다.
3-1. 서양의 딥프라이 문화와 포르투갈의 영향
포르투갈은 고대 로마 제국 시절부터 올리브유 문화를 이어받아 14~15세기에 딥프라이 요리를 발전시켰다. 일본은 1570년 나가사키항 개방을 통해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들과 교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밀가루 튀김옷을 입히는 포르투갈식 튀김이 전해졌다.
특히 ‘페이시뉴 다 오르타(peixinho da horta)’라는 야채 튀김 요리는 가톨릭의 ‘사계재일(Quatuor Tempora)’이라는 금육일에 고기 대신 먹는 음식으로 전파되었고, 일본에서는 이 단어 ‘템포라(Tempora)’가 음식 이름으로 전용되었다. 재밌게도 ‘템포라’는 본래 ‘계절’을 의미하며 튀김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3-2. 유채기름과 튀김 문화의 대중화
에도 막부는 유채 재배를 장려하며 유채기름 생산을 확대했다. 1770년대부터 유채기름이 보급되면서 튀김 요리는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서민들도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변화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돼지기름(라드)이 풍부해지면서 프라이드 치킨 문화가 생겨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덴푸라는 포장마차에서 재료를 꼬치에 꽂아 튀겨 파는 형식으로 인기를 끌며 대중적인 일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덴푸라는 독립된 요리로도, 우동 등의 고명으로도 활용되며 일상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해산물이나 야채에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 고온의 식용유에 튀기는 방식은 현재도 변하지 않았다.
덴푸라의 특징은 재료 자체보다는 튀김옷과 기름이 맛을 좌우한다는 데 있다. 이 점에서 보면, 두툼한 돼지고기를 튀긴 ‘돈카츠’는 스테이크처럼 ‘고기 요리’라기보다는, 튀김 요리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이 원래 육식 문화가 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돈카츠는 일본식 튀김 요리의 진화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