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김장김치의 보관: 발효
음식의 보관은 인간에게 생존을 위한 중요한 기술이었다. 나라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보관 방법이 발달하였는데, 대체로 부패 미생물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였다. 중국은 기름을 이용해 식재료를 튀겨 보관했고, 인도는 각종 향신료를 활용해 부패를 막았다. 하지만 한민족은 다른 미생물을 자라나도록 유도하여 부패 미생물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음식을 보관했다. 이것이 바로 발효이며, 과학적으로도 유산균이 인체에 이롭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1. 김치 발효의 핵심, 항아리
이 독특한 발효 방식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는 항아리(옹기)였다. 항아리가 없었다면 김치를 올바르게 발효하면서 장기간 보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한민족은 김치를 김칫독에 담글 때 김칫돌로 눌러 공기를 빼는 방식을 사용했다. 김치 발효에 중요한 유산균은 혐기성 세균이기 때문에, 공기가 없을수록 더 잘 번식하며 김치의 감칠맛을 높인다.
우리 민족의 옹기 문화는 삼국시대부터 형성되었으며, 당시 항아리는 현재의 김치냉장고보다도 귀한 물건이었다. 조선 시대 들어 요성장(가마에서 항아리를 굽는 곳)이 발전하면서 항아리 보급이 확대되었고, 김치는 점차 모든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되었다.
과거에는 김장 후 여름에는 우물이나 냇가에 항아리를 담가두고, 겨울에는 땅에 묻어 움막(김치광)을 만들어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김칫독을 땅에 묻으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여름에도 상하지 않고 겨울에도 얼지 않도록 보관할 수 있었다.
5-2. 현대의 김치 보관, 김치냉장고의 등장
하지만 현대에 들어 아파트 거주자가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김장독 사용이 어려워졌다. 김치독은 실내 온도가 높은 곳에서 보관이 곤란했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있긴 했지만, 김치 전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통 방식처럼 발효된 깊은 맛을 내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5년 만도공조에서 세계 최초의 김치냉장고 딤채를 출시했다. 김치냉장고는 발효에 최적화된 온도를 유지해, 계절과 관계없이 한겨울 김장김치의 맛을 3~4개월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후 김치냉장고는 단순한 김치 보관 기능을 넘어, 다양한 식재료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다용도 가전제품으로 발전했다.
5-3. 김치와 파오차이
2021년 1월 6일, 중국 유명 유튜버 리쯔치는 김치 만드는 영상을 올리며 #ChineseCuisine, #ChineseFood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이로 인해 김치의 기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사실, 2020년부터 촉발된 ‘파오차이 논란’이 계속 이어져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치와 파오차이는 명백히 다른 음식이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Kimchi)를 세계 규격으로 채택했으며, 반면 파오차이는 2020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채택된 별개의 음식이다. 이에 대해 ISO 공식 문서에서도 다음과 같이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 문서는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ISO/FDIS 24220)
김치는 발효 과정이 있는 음식이지만, 파오차이는 식초나 소금에 절여 발효 없이 바로 먹는 절임 음식으로 피클이나 츠케모노와 비슷하다. 따라서 김치를 파오차이와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중국은 김치를 ‘포채(泡菜)’라고 표기하며 자국 음식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에 대응해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로 ‘신치(辛奇)’를 개발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식 훈령을 개정하여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辛奇)’로 정하고 ‘포채(泡菜)’ 표기를 삭제했다.
김치가 대한민국의 고유한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앞으로도 ‘신치(辛奇)’라는 명칭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치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