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오타쿠(お宅)의 탄생 1983년, 일본의 만화 전문 잡지 《마이 아니메(My ANIME)》에 실린 칼럼에서 평론가 나카모리 아키오(中森明夫)는 당시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몰입한 팬층을 조롱 섞인 어조로 묘사하며, 이들을 처음으로 ‘오타쿠(お宅)’라 명명하였다. 영양실조 같아 보이는 빼빼이거나, 안경의 은색 테두리를 볼살에 파묻어가며 웃는 흰 돼지이거나, 여자라면 단발머리에 대개는 뚱뚱하고, 통나무 같은 굵은 다리에 흰색 하이삭스를 신곤 한다. 보통 대는 교실 한구석에서 눈에 안 띄게 어두운 눈을 하고 친구 하나 없이…. 만화팬이나 코미케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의 공개 전날부터 줄서서 기다리는 놈, 카메라를 자랑하며 블루 트레인(일본의 침대열차의 별명)을 찍는다고 선로에서 깔려 죽을 뻔한 놈, 책꽂..
4. 서브컬처(サブカルチャー) 와 신인류의 형성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일본은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시작하였다. 이 같은 경제적 자신감은 대중문화의 성장으로 이어졌고, ‘울트라맨(ウルトラマン, 1966)’을 시작으로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戦艦ヤマト, 1974)’, ‘은하철도 999(銀河鉄道999, 1978)’, ‘기동전사 건담(機動戦士ガンダム, 1979)’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큰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문화 붐을 일으켰다.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소비층인 젊은 세대의 열광적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고, 기존의 주류문화와는 차별화된 개념인 ‘서브컬처(サブカルチャー)’의 등장을 이끌어냈다. 4-1. 서브컬처의 개념과 오타쿠 문화 ‘서브컬처’는 만화, 애니메이션, ..
3. 일본 아니메(アニメ) 태동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1910년대와 1920년대에 유럽 및 미국으로부터 애니메이션 기술과 스타일이 도입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은 서양의 새로운 시각 예술과 영상 기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타야마 세이타로(北山清太郎)는 먹과 한지를 활용한 ‘페이퍼 애니메이션(Paper Animation)’을 시도하였다. 그는 1917년 5월, 오려낸 종이 인형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작품인 '원숭이와 게의 싸움(猿蟹合戦)'을 공개하였다.이 시기 일본 애니메이션은 컷아웃 형태에 머물렀으나, 이후 셀 애니메이션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보다 정교한 표현이 가능해졌고, 1920년대에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설립되어 매년 약 6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
2. 애니메이션 산업화의 시작: 디즈니 제국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의 발명가와 사업가들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영화로 제작할 경우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1910년대에 이르러 에어 브레이너드(Bray Studios)와 어니스트 핀토(Ernest Pintoff) 등은 만화 이미지를 셀룰로이드라는 투명 플라스틱 위에 그려 영화 필름처럼 회전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른바 ‘셀 애니메이션(Cel Animation)’ 기술은 캐릭터와 배경을 분리하여 제작함으로써 제작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켰으며, 애니메이션의 산업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1. 미키 마우스의 탄생 셀 애니메이션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대표적인 캐릭터는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Mickey Mouse)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