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라'의 출처에 대한 두 가지 설
라면의 ‘면’(麵)은 명확하지만, ‘라’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여러 설이 있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를 살펴보자.
1. '면'의 어원
음식 이름 규칙과 '면'의 어원
2-1. 음식 이름의 규칙 라면의 어원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음식 이름이 형성되는 몇 가지 규칙을 먼저 짚어보자.(1) 주재료 + 레시피, 맛, 생김새, 색상 결합예: 멸치볶음, 회무침 → 주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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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삿포로 다케야 식당설
1920년대 일본 삿포로의 ‘다케야(竹屋) 식당’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식당에서는 돼지고기, 닭뼈, 해산물, 채소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중국식 면과 가늘게 썬 돼지고기를 넣은 로스미엔(肉絲麵) 이라는 요리를 판매했다. 당시 요리사였던 왕문채(大文彩)는 일본어를 몰라 요리가 완성될 때마다 “하오라(好了, hǎo le, 음식이 다 됐습니다)”라고 외쳤다. 이를 듣던 가게 주인 오오히사 마사미(大久昌已)가 편하게 부르기 위해 ‘라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다.
이후 삿포로에서 ‘라멘’이라는 단어가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정착했다. 또한, 일본어에서 외래어나 의성어, 의태어를 표기할 때 가타카나를 사용하는 점을 근거로, ‘ラーメン’이라는 표기가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2) 중국 ‘라미엔(拉麺)’설
다른 설로는 중국의 라미엔(拉麺, lāmiàn) 이 일본으로 전해져 변형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위키피디아 영어판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 자료에서도 이 설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어 라미엔 은 국수의 이름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잡아당겨 만드는 조리법을 의미한다. 拉(lā) 는 ‘늘이다, 잡아당기다’라는 뜻으로, 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으로 전해진 후에는 ‘라미엔’이 아닌 시나소바(支那そば) 혹은 주카소바(中華そば) 로 불렸다.
만약 ‘라멘’이 ‘라미엔’에서 직접 유래했다면, 한자로 표기되었거나 히라가나(らーめん 또는 らあめん)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보면 첫 번째 설이 더 유력하지만, 두 번째 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서양요리와 중화요리(슈후노토모샤, 1950)』에서는 중국 국수를 소개하며 ‘라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4. 인스턴트 라멘의 등장
일본의 라멘은 한 지역에서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 지역에서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삿포로 라멘(홋카이도)과 하카타 라멘(규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본에 전해져 각기 독특한 스타일을 갖추었다. 오늘날 라멘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라멘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정착된 것은 1958년, 대만계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가 인스턴트 라멘을 개발한 이후부터다. 이후 일본식 ‘라멘’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라면’이라는 표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라면’이라는 명칭을 한국 음식 작명법에 대입해 보면, 어느 규칙에도 명확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 주재료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첫 번째 규칙(주재료 + 조리법/형태) 에 해당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
◉ 특정 기능을 강조하는 두 번째 규칙(기능 + 형태) 와도 무관하다.
◉ 역사적 설화 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이처럼 ‘라면’은 한국의 음식 작명 체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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